연필을 긋는 시간
비가 올것만 같은 흐리고 차분한 화요일.
글이 잘 써질 것만 같은 까페를
알아채면 저항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
빨려 들어갈 수 밖에 없다.
보통은 아메리카노만 시키지만
특별해지고 싶은 날은 고심해서 케익을 고른다.
연필 끝을 종이에 대고 몸을 구부려
아무렇게나 떠오르는대로 슥-슥-
알아볼 수 있는 형태를 그리기도 하고
전혀 알 수 없는 것을 그리기도 쓰기도 하면서
연필을 리듬감있게 굴린다.
연필과 종이의 질감이 좋아서기도 하고,
글을 적으면 종이 위에는
내가 미처 모르던 기억과 생각이 또렷하게 드러난다.
밋밋한 내가 가장 촘촘해지는 때가 아닐까 싶다.